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트래블 버킷 리스트] 이탈리아의 꽃…피렌체

언덕 아래로 적갈색과 회백색의 조화가 아름다운 도시, 피렌체가 눈부시게 펼쳐진다. 가운데 우뚝 솟은 다비드상이 도시를 굽어보고 있는 미켈란젤로 광장이다. 낮에는 피렌체 입성 전에 들르는 관광객들로, 밤에는 연인들로 붐비는 곳이다. 이곳에 서면 발 아래 아르노강 너머로 그 유명한 피렌체 대성당과 1299년부터 지금까지 피렌체 시 청사로 쓰이고 있는 팔라초 베키오를 위시한 피렌체가 한눈에 들어온다. 도시 전체가 문화유산 이탈리아 중북부 토스카나 주의 주도인 이곳은 연 평균 1600만 명의 관광객들을 끌어모으는 로마시대에는 플로렌티아로, 이후 플로렌스라고도 불리는 피렌체다. 역사상 중세ㆍ르네상스 시대에는 건축과 예술, 무역과 금융의 중심지 역할을 했다. 그런 이유로 종종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본고장으로 불린다. 1982년에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관광버스가 비좁은 중세의 골목길을 빠져나와 아르노강에 걸린 다리를 지난다. 왼쪽으로 보이는 다리가 눈길을 끈다. 다리는 다린데, 다리 위에 집들이 지어져 있다. 1345년에 지어진 베키오 다리로 2층 구조다. 당시 권력층이던 메디치 가문이 정무를 보던 우피치(오피스ㆍ현재는 박물관)에서 왼쪽 다리 건너 주거지였던 팔라초 피티까지 안전하게 이동하고자 고가 통로를 만든 것이 2층이고, 1층은 일반인들이 다녔단다. 드디어 피렌체 대성당(Firenze Duomo) 앞 광장에 섰다. 좁은 골목을 빠져 나오자 마자 맞닥뜨린 이 대성당의 위용에 한순간 턱 하니 숨이 막힌다. 공식 명칭은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 꽃의 성모 마리아 대성당이란 뜻의 피렌체 대성당은 사각 기둥처럼 독립적으로 솟은 캄파닐레(Campanileㆍ종루)와 세레당, 대성당으로 나뉘어 있는데, 녹색과 흰색 대리석의 조화가 눈부시다. 그런데, 좁은 광장이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다. 대성당이 워낙 웅장해서이기도 하겠지만, 워낙 광장이 옹색하다. 광장은 도시의 쉼표 '모든 길은 광장으로 통한다'라고 할 정도로 유럽은 광장이 조밀한 직물처럼 촘촘히 짜여진 도시에서 쉼표 역할을 하고 있다. 피렌체에만 무려 100여 개의 광장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곳은 아무래도 비수기에나 와야 할 것 같다. 인파에 떠 밀리듯 성당과 세레당을 돌고 나니, 대성당의 정탑(Lanternㆍ정수리의 작은 탑)에는 오를 엄두가 나지 않는다.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에서 주인공 남녀가 우여곡절 끝에 이곳에서 해후를 하는 장면이 떠오르지만 어쩔 수가 없다. 정탑은 입장료를 따로 내고 무려 463계단을 올라야 한다. 광장을 서너 블록 지나서 시뇨리아 광장으로 간다. 도중에 '신곡'으로 유명한 단테의 생가도 들른다. 지금은 박물관 역할을 하고 있다. 피렌체 시청사로 쓰이는 팔라초 베키오와 조각 박물관으로 쓰이고 있는 로지아 데이 란치, 그 사이 골목 안으로 세계적인 데생, 조각, 회화 콜렉션으로 유명한 우피치 박물관이 자리하고 있다. 팔라초 베키오 앞에는 포세이돈 분수와 다비드 상이 서 있는데, 진본은 산 마르코 광장의 아카데미아 미술관에 가야 불 수 있단다. 대성당의 광장과는 달리 이 광장은 쉼표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다. 넓은 광장에 여기저기 관광객들이 한가롭게 시간을 보내고 있다. 우피치 박물관을 지나 골목을 빠져나오니, 중세의 그 물결을 간직한 채 아르노 강이 유장하게 흐르고 있다. ◇어떻게 갈까 이탈리아는 흔히 동ㆍ서로 나뉘는 지중해의 가운데 길게 놓여진 곳이다. 그래서 한인 여행사의 유럽 육로 관광으로, 서지중해 크루즈 상품을 이용해도 좋다. 여유있게 둘러 보려면 배낭을 꾸려야 하겠다. 글ㆍ사진 백종춘 기자

2016-08-31

이탈리아 여행 시리즈<3.끝>밀라노(Milano)…역사가 남긴 몸에 현대의 옷을 빼입은 도시

5월 1일부터 밀라노 엑스포가 열린다. 밀라노를 방문한 것은 3월 말. 도시 곳곳은 엑스포의 흔적으로 가득했다. 여느 행사나 마찬가지로 행사를 반대하는 세력들도 있기마련. 이들은 밀라노 곳곳에 '노 엑스포(No Expo)'라고 흔적을 남겼다. 낙서가 유독 눈에 띄었다. 하지만 수백년 역사와 현대가 공존하는 밀라노의 매력에 한번 빠지고 나니 엑스포를 개최하기에 이보다 더 적합한 도시가 어디있을까 싶다. 밀라노 중앙역(Milano Centrale)에서 내렸다. 큰 돔 아래 펼쳐진 트랙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과연 이탈리아의 교통 중심지다웠다. 역 외부는 엑스포 손님맞이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었다. 밀라노의 중심인 두오모를 방문하기 위해 지하철로 향했다. 지하철역도 일부 공사중. 전체적으로 깔끔하고 찾기 쉽게 만들어놓은 것이 꼭 서울 지하철을 연상시켰다. '뉴욕은 왜 이렇게 깨끗할 수 없나'라는 의문을 안은 채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두오모: 이탈리아에서 가장 큰 성당 밀라노 두오모도 마무리 꽃단장에 한창이었다. 600년에 걸쳐 지어진 건물 정면은 갓 씻은 얼굴처럼 매끈했고 건물 첨탑 막바지 공사 작업도 진행중이었다. 관광객들을 두오모 지붕으로 실어나를 엘레베이터 또한 보수 공사중. 비록 완벽한 모습은 아닐지라도 밀라노의 중심이 되는 두오모의 아름다움은 사람들을 끌어들이기에 충분했다. 수많은 기둥이 줄지어 세워진 두오모 내부는 장엄했다. 대형 오르간 대형 스테인글래스 등이 보는 사람을 압도한다. 다시 밖으로 향해 계단을 올랐다. 고딕 양식의 화려함이 눈 앞 가까이서 펼쳐졌다. 테라스 길을 따라 걸어가다보면 두오모의 정상 지붕이 나온다. 주변을 감싸는 첨탑과 동상 너머로 보이는 밀라노 시내가 도시의 역사를 그대로 대변한다. 붉은 옛날식 지붕 사이사이로 보이는 현대식 건물들이 눈 앞에 펼쳐진다. ▶명품: '밀라노' 하면 '명품'을 빼놓을 수 없다. 두오모 광장 바로 옆에 있는 명품몰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갤러리아(Galleria Vittorio Emanuele II)'는 프라다 본점이 자리잡고 있는 곳. 입구가 개방돼 있는 십(+)자 형태로 만들어진 갤러리아는 아치형 통로다. 돔 형식으로 만든 천장은 유리로 돼 있으며 화려하고 정교한 벽 장식이 특징적이다. 이밖에도 명품거리로 잘 알려진 '몬테나폴레오네(Via della Montenapoleone)'거리와 '스피가(Via della Spiga)' 거리도 가볼만 하다. 조용하고 깨끗한 옛 골목과 세련된 쇼윈도 풍경이 전혀 낯설지 않다. ▶라 스칼라: 두오모에서 갤러리아 명품몰을 구경하며 통로를 나오면 근처의 또다른 관광지 라 스칼라 극장 앞 광장에 다다른다. 라 스칼라는 세계적인 오페라하우스 중 하나. 성악가라면 누구나 바랄 '꿈의 무대'다. 겉에서 보면 평범해보일지 몰라도 내부는 화려하다. 베르디의 '오베르트'와 푸치니의 '나비부인' 등이 여기서 초연했다. 토스카니니도 이 곳에서 지휘봉을 잡았다. 일정이 맞는다면 들러서 오페라를 한 편 보고오길 추천한다. 극장 건너편에 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동상도 놓치지 말길. ▶나빌리오 구역: 두오모 건설 당시 이 나빌리오(Naviglio) 운하를 통해 대리석을 운반하곤 했다. 이제 운하가 다니진 않지만 여기에 멋스러운 카페와 레스토랑 서점 등이 등장하며 트렌디(trendy)한 동네로 변화한 곳이다. 브런치로 유명하고 야경으로도 유명하다. 매달 마지막주 일요일에는 대형 빈티지 마켓(Naviglio Grande)이 열려 멋쟁이 로컬 주민들을 끌어들인다고. 두오모에서 2번 트램을 타고 피아자 벤티콰트로마지오(P.za Ventiquattro Maggio)에서 내리거나 지하철을 타고 '포르타 제노바(Porta Genova)' 역에서 내리면 된다. ▶스포르체스코 성: 브라만테와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참여한 대표적 르네상스 건축물로 밀라노 최초의 궁전이다. 지금은 박물관 회화관 전시관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 웅장한 암색 성벽과 망루를 구경하며 내부로 들어가면 탁 트인 공간이 눈에 들어온다. 분수가 있어 조금은 아늑한 맛도 난다. 나폴레옹이 밀라노로 입성할 당시를 기념해 만들었다는 '평화의 문'도 스포르체스코 광장에 자리잡고 있다. 성 뒷편으로는 95에이커 크기의 셈피오네 공원(Parco Sempione)이 휴식을 제공한다. ▶최후의 만찬: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역작 '최후의 만찬' 또한 밀라노 산타마리아 델레 그라치에(Santa Maria delle Grazie) 성당 벽화로 남아있다. 20명씩 15분 동안 관람 가능하며 사진 촬영은 금지다. 사전에 입장료(8유로)를 예매하고 가야한다. 이밖에도 축구팬이라면 꼭 들러야 한 AC밀란의 본거지 '산시로 경기장(San Siro)' 만테냐의 작품을 소장중인 '브레라 미술관' 레오나르도 다빈치 기념 박물관 등 수많은 즐길거리와 볼거리를 선사하는 도시가 바로 밀라노다. 잘 다져진 전통과 역사를 기반으로 현대의 옷을 멋스럽게 빼입은 도시 밀라노. 여유를 가지고 구경한다면 밀라노의 수백 가지 얼굴을 다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밀라노=이주사랑 기자 lee.jussarang@koreadaily.com

2015-04-16

이탈리아 여행 시리즈 <2>피사(Pisa)-친퀘테레(Cinque Terre)…불가사의 사탑을 지나 동화 속 마을을 한 눈에 품다

피렌체에서 기차로 50분 거리에 있는 피사는 '피사의 사탑'으로 유명한 도시다. 도시라기보다는 피사의 사탑 단 하나를 보기 위해 사람들이 찾는 관광지라고 하는 게 더 정확하겠다. 피사의 사탑이 자리잡고 있는 피사 대성당을 제외하고는 볼거리가 많은 편은 아니라 피사 인근에 있는 '친퀘테레'를 일정에 추가했다. 사실 피사보다는 친퀘테레가 이 코스의 하이라이트였다. 친퀘테레는 지중해 연안을 따라 형성된 다섯 마을인데 암벽을 타고 형성된 마을과 주변 자연경관이 어우러져 그리스 산토리니 못지 않은 장관을 연출한다. 기울어진 탑, 옛스런 도시 피렌체 산타마리아노벨라 역에서 기차를 타고 피사 중앙역(Pisa Centrale)로 향했다. 요금은 편도 8유로(약 8.6달러). 이탈리아 기차 이용에 있어서 주의할 것이 하나 있는데 바로 전광판을 주시하고 있다가 트랙 넘버를 확인하는 것과 현장에서 기차표를 구매한 후 주변에 있는 녹색 기계에 티켓을 넣어 스탬프를 찍어야 하는 것. 스탬프를 찍고 기차에 탑승해야 하므로 꼭 기억해야 할 부분이다. 피사 중앙역에서 내리면 피사 시내다. 여기서 피사의 사탑까지는 20분 정도 걸어가야 한다. 안내판을 따라 걷다보면 멀리서 기울어진 탑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낸다. 워낙 유명해 사진으로만 보던 피사의 사탑이 눈 앞에 펼쳐지기 시작할 때의 설렘은 관광객이라면 누구나 똑같이 느끼는 기분이 아닐까. 피사의 사탑은 사실 피사 대성당의 일부에 불과하다. 대성당 세례당 종탑 등이 있는데 그중 종탑이 바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피사의 사탑이다. 처음에는 기울지 않았던 것이 착공 후 100년께부터 기울기 시작해 200년에 걸쳐 완성된 문제의 탑이다. 지금은 약 5.5도 기울어져있고 탑 내부 입장 또한 가능하다. 2001년 보수공사 이후 더 이상 기울진 않지만 되려 바로서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지고 있다. 여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은 피사의 사탑을 배경 또는 도구로 삼아 사진 촬영을 하고 있는 관광객 무리다. 사탑에 기대거나 발로 받치거나 끌어안고 있는 사진 등을 찍는 사람들로 사탑 앞 마당은 북적거린다. 탑만 놓고 보자면 빛의 각도와 보는 각도에 따라 기울기가 달라보인다는 것 또한 흥미로운 볼거리다. 시간이 많고 역사에 관심이 많다면 피사 대성당 전체를 천천히 돌아도 좋다. 이탈리아에서 가장 오래된 대성당이 바로 이 곳이기에 공부를 하고 온 자들에게는 공부한 만큼 보일 것. 기차역으로 돌아가는 길에 피사 시내를 다시 돌아보는데 오래된 도시답게 옛 것의 향취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피사의 사탑이 유명하다곤 하지만 피사라는 도시가 주는 매력은 바로 '옛스러움'에 있었다. 지중해의 숨은 보석, 친퀘테레 다섯 마을에서 누리는 황홀경 암벽 위 동화마을의 절경 피사역으로 돌아와 이번에는 친퀘테레로 가는 길. 라스페치아(La Spezia) 방면 열차를 탔다. 요금은 편도 9유로(약 9.7달러). 피사에서 북쪽으로 약 40분 이동하면 도착한다. 친퀘테레는 이탈리아어로 '다섯(친퀘) 마을(테레)'이라는 뜻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도 지정된 아름다운 다섯 마을이 모여 관광지를 형성했다. 이탈리안 리비에라에 포함되기도 한다. 대한항공의 '한 달쯤 살고 싶은 유럽' 순위 광고에서도 1위를 차지한 곳. 친퀘테레로 가려면 라스페치아에 내려 '친퀘테레 열차'를 타야한다. 요금은 하루 무제한 이용에 12유로(약 13달러). 이 친퀘테레 열차는 다섯 마을을 차례로 오가는데 라스페치아에서 가까운 순서대로 리오마조레(Riomaggiore).마나롤라(Manarola).코닐리아(Corniglia).베르나차(Vernazza).몬테로소(Monterosso) 순이다. 다섯 마을을 기차로도 오갈 수 있지만 마을에서 마을을 연결하는 트레일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트레일은 각 구간마다 코스가 다르며 짧게는 25분 산책길부터 길게는 2시간 이상 등반길이 있어 하이킹족들도 즐겨 찾는다. 다만 일반인에게 오픈되는 트레일은 그날그날 다르기에 라스페치아역에 있는 친퀘테레 관광정보실에서 관련 정보를 꼭 얻고 출발해야 한다. 본래 계획은 리오마조레에서 내려 각 마을을 차례차례 돌아보는 것이었다. 걸을만 하면 트레일을 이용하고 힘들면 마을과 마을을 연결하는 기차를 타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그날 오픈한 트레일은 마지막 마을인 몬테로소와 베르나차를 연결하는 트레일 뿐이었다. 2시간 트래킹이라는 설명을 듣고 '별 것 아니겠지'라는 생각으로 기차를 타고 곧장 마지막 다섯 번째 마을로 향했다. ◆몬테로소-베르나차=해변 마을인 몬테로소는 정갈하고 깔끔했다. 은빛 광선이 비춘 지중해와 해변에서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이 이 곳이 '유럽'임을 실감케 했다. 갈 길이 바쁘므로 마을을 살펴본 뒤 곧장 트레일 입구로 들어섰다. 처음에는 암벽 아래 바다를 바라보며 여유롭게 시작한 트레일이 어느덧 산행길로 변했다. 성인 한 명이 겨우 오를 수 있는 돌계단이 끝없이 이어졌다. 계곡을 따라 흐르는 물 위에 놓인 다리도 건너고 절벽을 끼고 발을 조심조심 디디며 그렇게 두 시간 넘게 걸었다. 알고보니 이 트레일이 가장 험한 코스였다. 첫 번째 마을과 두 번째 마을을 잇는 트레일은 산책 수준이란다. 높은 곳에 다다르자 깎아지른 산등성이와 바다 사이에 저 멀리 네 번째 마을 베르나차가 보였다. ◆베르나차-코닐리아=트레일의 마지막 부분은 곧장 베르나차 마을 골목으로 이어졌다. 지친 두 다리를 이끌고 계속 걷다보니 어느덧 주변에는 갓 빨래를 마친 옷과 이불을 주렁주렁 걸어놓은 풍경이 보였다. 사람이 사는 곳이었다. 기차역을 지나 본격적으로 마을로 진입하니 아기자기한 상점들과 파스텔톤으로 칠한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마을은 작은 만을 중심으로 둘러싸고 있었는데 지금은 성수기를 앞두고 공사에 한창이었다. 파도가 없는 만을 해변처럼 꾸며 일광욕을 즐길 수 있게 만들고 있었다. 지중해를 향해 뻗은 방파제는 광장 역할도 겸했다. 기차를 타고 세 번째 마을인 코닐리아로 발걸음을 옮겼다. 코닐리아는 해안이 아니라 내륙쪽 언덕 위에 있었다. 기차역에서 셔틀 버스를 타고 마을로 진입하니 언덕을 따라 골목을 만들었고 언덕에는 포도를 재배하고 있었다. 와인으로 유명한 동네. 마을이 언덕 위에 있어 건물 사이사이로 잠깐씩 보이는 지중해가 더욱 애틋했다. 골목 안쪽 끝까지 가면 확 트인 프로메나드(Promenade)가 있어 애틋함을 달랠 수 있다. 다시 셔틀버스를 타고 기차를 타고 두 번째 마을 마나롤라로 갔다. ◆마나롤라-리오마조레=친퀘테레 엽서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마을이 바로 마나롤라다. 12세기 경 외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암반 위에 옹기종기 지은 마을이 지금은 숨막히는 풍경이 돼버렸다. 설명보다는 사진 한 장이 말해주는 느낌이 더 크다. 항구에서 남쪽으로 이어지는 산책로로 들어서서 마을 전체를 바라보면 '그림 속 마을'이라는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리는 마나롤라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야경을 꼭 감상하길. 이 곳에서 저녁 식사를 했는데 친퀘테레에 왔다면 꼭 해산물 요리를 먹길 추천한다. 해안 마을이니 당연한 이야기 아닐까. 신선하고 통통한 해물에 쫀득한 파스타를 곁들인 맛이 일품이다. 마나롤라와 첫 번째 마을 리오마조레를 잇는 산책길은 '사랑의 길(Via Dell'Amore)'이라 불린다. 거리도 25분 산책길로 짧고 절벽 중턱에 난 길로 걸어가는 코스라 시원한 풍경이 환상적이다. 다섯 마을 중 가장 최근에 형성됐다는 리오마조레. 그래도 800년 정도의 역사다. 해안에서 언덕으로 이어지는 큰 길 양 옆으로 집이 줄지어 서 있어 편안한 분위기다. 친퀘테레에서 한 나절은 부족하다. 기회가 된다면 꼭 친퀘테레에서 1박 이상을 하길 추천한다. 해 뜨는 모습과 낮 풍경 해질 무렵과 야경 모두 다른 각 마을만의 특별한 얼굴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피사.친퀘테레=이주사랑 기자 lee.jussarang@koreadaily.com

2015-04-09

이탈리아 대성당을 돌다 <하> 피렌체 대성당…아름다운 생명의 꽃 피운 성모 마리아를 경배하다

성당 이름 속에 담긴 '꽃'의 의미는 예수 세례당 벽화의 시작과 끝은 '최후의 심판' 피렌체에 있는 대성당(두오모)의 공식 명칭은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성당(Cathedral of Santa Maria del Fiore)'이다. '꽃의 성모 마리아'라는 뜻. 피렌체라는 도시 이름이 '꽃'이란 데서 나온 것처럼 두오모 또한 꽃을 주제로 만들어진 셈이다. 걸어서도 구경이 가능한 작은 도시 한가운데에 웅장하게 자리잡고 있는 피렌체 대성당은 '아름답다'라는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리는 대성당이었다. 사막이 백합화 같이 피다 피렌체 두오모는 당시 900년 정도 된 '산타 레파라타 성당' 위에 지어진 대성당이다. 다 허물어져가던 오래된 성당을 밀어내고 자리잡은 두오모였다. 이사야서에서 사막에 강을 내고 시내가 흐르게 하고 사막이 백합화 같이 피어 즐거워한다는 말씀처럼 말이다. 지금도 대성당 지하로 내려가면 산타 레파라타 성당의 흔적이 보존돼 있으며 이밖에도 로마 가옥 유적 초기 기독교 시대 포장도로 등 이 땅의 흔적을 차례차례 발굴해 보존.전시 중이다. 대성당 건축을 주도한 브루넬레스키의 무덤 또한 여기에 자리잡고 있다. 지금의 대성당은 170년에 걸쳐 만들어진 작품이다. 건물 앞 파사드(Facade) 머릿돌이 새겨진 날은 1296년 9월 8일. 170년이라는 세월이 지나는 동안 수많은 건축가와 미술가 등이 작업에 참여했으며 세례당 대성당(두오모) 조토의 종탑 오페라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박물관 등 10여 개 건축물로 구성돼 있다. 다 부스러져가던 황폐한 부지에서 대성당이 꽃을 피워 생명이 흘러넘치게 된 것이다. '첫 열매' 예수를 꽃 피우다 대성당 건축과 관련돼 15세기께 발견된 문서가 하나 있었다. 여기에는 '꽃의 성모 마리아'라는 성당 이름 뜻에 담긴 비밀이 설명돼 있다. 하나님의 신비로운 구원 계획에 있어 성모 마리아를 사용하셨고 성당 이름의 '꽃'은 예수라는 말이다. 그리스도를 세상에 보내 잠시 꽃을 피우게 하시고 '죽은 자 가운데서 다시 살아 잠자는 자들의 첫 열매(고전 15장 20절)'가 되게 하신 말씀으로부터 비롯됐다. 왜 당대 피렌체 사람들이 이 성당을 아름답게 만드는 데 큰 노력을 기울였는지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물론 다른 도시(피사 시에나 등)보다 더 크고 아름다운 두오모를 짓고자 하는 인간적인 열망 또한 있었겠지만 결국은 '꽃'이 된 예수를 바라는 마음이 그 중심에 있었던 것이다. 이야기 꽃을 피우다 피렌체 두오모의 흥미로운 점이 있다면 바로 쿠폴라 지붕 안쪽과 세례당 지붕 안쪽에 아로새긴 '그림 이야기'들. 쿠폴라 안쪽에는 조르지오 바사리와 페데리코 추카리가 그린 프레스코(Fresco.회반죽이 마르기 전에 색을 넣어 그리는 기법)화가 그려져 있다. 1572년에서 79년 사이 약 7년 만에 완성한 이 그림은 거대한 쿠폴라 지붕 안쪽 3600평방미터의 공간을 수놓는다. 하늘과 가장 가까운 중심부에서는 빛이 새어나오고 하늘과 가장 먼 곳에는 지옥의 풍경을 그려 넣었다. 중심부가 되는 부분은 부활한 예수가 최후의 심판 때 '모든 정사와 모든 권세와 능력을 멸하시고 나라를 아버지 하나님께 바칠(고전 15장 24절)' 그때를 묘사한 그림이다. 건너편 세례당으로 넘어가면 금빛 모자이크로 화려하게 장식한 천장화가 눈을 사로잡는다. 두오모의 프레스코 그림보다 앞선 13세기에 그려졌으며 비잔틴 문화의 영향을 보여주는 그림이다. 역시 최후의 심판 때에 예수를 중심으로 그 오른편에는 아브라함 품의 의인들을 왼편에는 지옥을 나타냈다. 이 그림이 천장화 한 켠을 크게 차지한다. 그 외 부분은 위쪽부터 층층이 내려오는 그림으로 꾸몄다. 각 층마다 창세기 이야기 요셉 이야기 예수의 생애 세례요한 이야기 등을 빙 둘러 풀어낸다.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 각 층 이야기의 시작과 끝은 항상 최후의 심판 예수 그림으로 마무리되도록 설계했다. 히브리서 12장 말씀이 눈 앞에 펼쳐진 듯하다. '우리에게 구름 같이 둘러싼 허다한 증인들이 있으니 모든 무거운 것과 얽매이기 쉬운 죄를 벗어 버리고 인내로써 우리 앞에 당한 경주를 하며 믿음의 주요 또 온전하게 하시는 이인 예수를 바라보자.' 피렌체=이주사랑 기자 lee.jussarang@koreadaily.com

2015-04-06

이탈리아 여행 시리즈<1>피렌체(Florence)…연애 감성 꽃 피는 '피렌체'로…

최근 달러화 강세로 유럽 여행이 인기다. 아니나다를까 곳곳에서 유럽 여행 상품을 내놓고 있어 주목할만하다. 얼마전 아랍에미레이트항공은 뉴욕-밀라노 왕복 항공을 2인 최저 800달러에 판매하는 '특가' 행사를 실시하기도 했고 현재 그루폰(www.groupon.com)은 로마-바르셀로나 7일 여행을 호텔.왕복 항공 포함 최저 1400달러부터 판매중이기도 하다. 여행 웹사이트 버진베케이션스닷컴(www.virgin-vacations.com)은 뉴욕을 출발해 로마-피렌체-베니스 8일 여행 패키지를 호텔.왕복 항공.기차 포함 1569달러부터 판매하고 있다. 예능 방송을 챙겨보는 한인들은 JTBC '비정상회담'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등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알베르토 덕에 이탈리아가 한결 가깝게 느껴지진 않을까. 마침 이탈리아는 오는 5월 엑스포 개막을 앞두고 관광객 맞이 준비에 한창이다. 엑스포는 밀라노에서 열리지만 밀라노를 기점으로 로마 베네치아 피사 피렌체 등을 여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가운데 피렌체.피사-친퀘테레.밀라노를 최근 다녀왔다. 모두 색다른 매력을 발산하는 바람에 이탈리아만의 매력에 푹 잠겼다. 밀라노 공항에 내려 밀라노 중앙역으로 이동한 뒤 예약한 기차(트렌이탈리아.Trenitalia)를 타고 피렌체로 곧장 향했다. 인터넷으로 미리 구매한 1등석 좌석은 29유로(약 31.5달러)였다. 소요 시간은 1시간40분. 만약 2등석을 탄다면 19유로(약 20달러)로 더욱 저렴해진다. 물론 저가 항공도 있지만 이탈리아 내에서는 기차 시스템이 잘 형성되어 있어 도시에서 도시로 이동할 때 기차를 이용하길 권한다. 다만 출발 시간이 지연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트렌이탈리아의 경우 시설도 현대식이고 깨끗하며 1등석은 에스프레소와 과자 등도 제공한다. 편하게 이동해 드디어 피렌체 산타마리아노벨라역에 도착했다. 꽃 피는 마을, 피렌체 피렌체의 본명은 '플로렌티아'. '꽃 피는 마을'이라는 뜻이다. 로마가 이탈리아의 수도가 되기 전에는 피렌체가 수도였다. 14세기 르네상스가 꽃피운 곳이고 15세기 메디치 가문이 수놓은 도시기도 하다. 메디치 가문의 문장에는 백합이 들어가며 이 백합 그림은 피렌체의 문장이기도 하다. 메디치 가문이 사무실로 쓰던 자리는 지금 우피치 미술관이 되었고 미술관에는 보티첼리의 명화 '비너스의 탄생'이 걸려있다. 꽃으로 화사한 보티첼리 '프리마베라(봄)' 또한 우피치 대표작이다. 각 도시마다 중심지에 있는 두오모(대성당). 꽃의 도시답게 피렌체의 두오모도 화려하다. 흰색 분홍색 녹색 대리석을 이용한 외벽과 붉은 돔으로 완성된 모양이 그것. (당대는 최신이었겠지만) 고풍적인 피렌체의 아름다움과 예술을 빼놓으면 남는 게 없다. 세계2차대전 당시 독일 히틀러마저도 다른 다리는 다 폭파시켜도 피렌체 베키오 다리만큼은 그대로 두라는 명을 내렸단다. 연애 도시, 피렌체 '피렌체' 하면 많이들 떠올리는 것이 바로 영화와 책으로 나온 '냉정과 열정 사이'다. 그래서인지 피렌체에는 유난히 일본인 여행객이 많다. 일본인 남녀의 연애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연애를 빼면 피렌체에서 뭐가 남을까. 피렌체에선 걸어서 모든 관광지를 오갈 수 있다. 두 발로 걸어걸어 골목 사이를 지나 시내의 중심지인 피렌체 두오모에 다다른다. 그 유명한 붉은빛 쿠폴라 지붕 아래 색색의 문양으로 장식된 표면이 살아 숨쉰다. 골목으로 들어서니 골목 끝에는 레푸블리카 광장이 펼쳐져 있다. 한 켠에는 회전목마가 동심을 부추긴다. 좁은 골목 양 옆으론 오래된 집들이 줄지어있고 그 아래서 '거리의 악사'가 음악을 연주하고 있다. 이 골목은 반도네온 저 골목은 바이올린 등 골목마다 다른 음악이 흘러나온다. 어스름한 저녁 고요한 적막을 부드럽게 울리는 선율이 피렌체의 분위기를 만든다. 우피치 미술관 골목을 지나 베키오 다리 야경이 눈 앞에 펼쳐지면 낭만은 최고조를 향해 달린다. 그 옛날에 단테도 이 베키오 다리에서 베아트리체를 만나 사랑을 키웠다고 하질 않나. 이런 곳에서 어떻게 연애를 하지 않으랴. 피렌체가 곧 로맨스를 피우고 로맨스가 곧 피렌체를 피운다. 주요 관광지 체크 ▶피렌체 두오모(산타마리아 델 피오레): 170년에 거쳐 만들어낸 '작품'이 바로 이 대성당이다. 세월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곳.도시 중심에 있어서 오며가며 자주 만날 수 있다. 겉에서 보는 것도 아름답지만 피렌체 두오모의 상징인 붉은 돔 쿠폴라를 꼭 오르길. 오르는 길에 돔 내부를 수놓은 프레스코 천정화도 가까이서 확인할 수 있다. 옆에 있는 종탑(지오토의 종탑)에 오르면 쿠폴라를 가까이서 바라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지금은 외관 공사중인 세례당(Baptistery)의 금빛 모자이크화 또한 화려한 볼거리. 성서의 내용을 주욱 풀어놓은 그림이다. 쿠폴라.종탑.세례당 등 통합 입장권이 10유로(약 11달러)다. ▶산타마리아노벨라 성당/약국: 기차역 주변에 있는 성당. 수도원과 함께 지어진 곳이라 내부에는 정원(키오스트로.Chiostro)가 있다. 각 가문별로 지정된 여러 예배당을 구경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무엇보다 성당 인근에 있는 400년 역사의 산타마리아노벨라 약국이 필수 쇼핑 코스로 등극해있는데 수도승들이 직접 만든 핸드메이드 로션.크림 등으로 잘 알려져 있다. 고현정이 써서 유명해진 수분크림(Idralia)과 재생크림(Al Polline)이 유명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안 관광객이 줄을 잇는다. 150유로 이상 구매할 경우 공항에서 택스 환급을 받을 수 있다. ▶레푸블리카 광장/시뇨리아 광장: 광장은 곧 사람들이 모이는 곳. 각기 다른 골목에서 출발했어도 넓은 광장으로 골목이 연결되어 자연스레 만나게 된다. 광장 근처 카페에 가서 여유롭게 사람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는 곳. 레푸블리카는 회전목마도 있어 심심함을 달래주며 시뇨리아 광장에는 높이 솟은 베키오 궁전과 피렌체 곳곳에 있는 조각상의 모조품들을 세워놓아 볼거리를 제공한다. 레푸블리카 광장에서 유명한 카페는 '카페 질리(Caffe Gilli)'를 비롯해 예로부터 유명한 화가와 작가들이 모였다는 '카페 쥬베 로제(Caffe Giubbe Rosse)' 등이 있다. 우피치 미술관서 만나는 대가 보티첼리·다빈치·카라바조 ▶우피치 미술관: '사무실'이라는 뜻의 우피치라는 이탈리아어에서 볼 수 있듯이 이 곳은 과거 메디치 가문의 사무실로 이용된 공간이었다.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미술관 중 하나로 'ㄷ'자로 지어져 효율성은 다소 떨어질지 모르나 아르노강을 바라보고 있어 경치가 좋다. 대표작으로는 앞서 이야기한 보티첼리 작품들과 미켈란젤로의 '성가족(Tondo Doni)' 티치아노의 '우르비노의 비너스(Venus of Urbino)'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수태고지(Annunciation)' 카라바조의 '바쿠스(Bacchus)' 프란체스카의 '우르비노 공작의 초상(Dukes of Urbino)' 아르테미시아의 '홀로페우스의 목을 베는 유디스(Judith Slaying Holofernes)' 등이 있다. ▶베키오 다리/산타 트리니타 다리: 한때 푸줏간이 들어섰던 베키오 다리는 지금 귀금속 상점들로 가득하다. 다리 위에 건물 모양으로 형성된 것이 각 상점인데 맨 꼭대기는 메디치 가문만이 사용할 수 있는 공중 통로였다고 한다. 맞은편 산타 트리니타 다리에서 바라보는 베키오 다리가 아름답고 운치있다. ▶피티 궁전/보볼리 정원: 메디치 가문과 경쟁하던 피티 가문이 만든 궁전. 규모로 압도한다. 피렌체에서 가장 큰 궁전이고 여기에 딸린 보볼리 정원 또한 방대하다. 정원은 나중에 메디치 가문에 피티 궁전이 매각된 뒤에 코시모 1세가 만든 것. ▶미켈란젤로 언덕: 피렌체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곳. 해 지기 전에 가서 석양과 야경까지 보고 오기에 좋다. 말은 '언덕'이지만 꽤 멀기도 하고 계단도 많으므로 어느정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가야한다. 간단하게 피크닉을 하며 즐기길. ▶가죽시장.중앙시장: 피렌체는 가죽이 유명하다. 당연히 쇠고기 또한 유명하다. 피렌체에 가죽 제품이 얼마나 많은지 보려면 가죽시장으로 가면 된다. 그러나 더욱 품질 좋은 제품을 사려면 베키오다리를 건너 개별 매장을 방문하는 게 낫다. 중앙시장 1층으로 가서 곱창버거(lampredotto).수육버거(boluito)를 맛보길. 아쉬운 느낌이 든다면 피렌체의 명물 티본스테이크를 먹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된다. ▶명품 거리(Via della vigna nuova): 살파토레 페라가모 구찌 본점이 있는 피렌체 대표 명품거리다. 고풍스러운 건물 사이사이로 조용히 빛나는 명품 진열대들이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페라가모 본점에는 페라가모 박물관도 있다. 피렌체=이주사랑 기자 lee.jussarang@koreadaily.com

2015-04-02

이탈리아 대성당을 돌다 <중> 피사 대성당…그림 성서로 진리의 눈 뜨고 설교 말씀에 귀 열다

관광객 몰리는 세기의 불가사의 피사 사탑 아침 햇살에 두 손 모아 기도하는 여인인 듯 '피사의 사탑'으로 가장 유명한 피사 대성당은 이탈리아에서 가장 오래된 대성당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피사의 사탑(종탑)을 비롯해 세례당과 묘지 등으로 구성돼 있다. 피사 대성당은 1064년 착공해 1118년 헌당됐으며 이후 세례당과 종탑 등을 지어 13세기에 이르러서야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다른 대성당이 현대까지도 도시의 관광.교통 등의 중심지 역할을 이어오고 있는 반면 피사는 '피사의 사탑'을 중심으로 한 관광지로의 기능만 남은 모습이었다. 피사 대성당이 자리잡고 있는 이곳은 지중해 바닷가 이탈리아반도 서쪽 해안 동네다. 피렌체까지 흐르는 아르노 강을 끼고 있어 고대에는 로마 해군기지로 중세부터 르네상스까지는 상업으로 활발했던 작은 도시다. 11세기에 가장 큰 번영을 누렸으나 13세기 이후로는 다른 도시들에 밀려 쇠락의 길을 걸었다. 지금은 성곽의 흔적만 남아 있고 생동감은 현저히 떨어진다. 하나의 유적지가 되어버려 고즈넉하다. 과거의 영광이 세운 대성당 피사 대성당을 짓게 된 계기부터가 영광스럽다. 1063년 이슬람교도인 '사라센'으로부터 시칠리아섬 팔레르모 지역을 앗아온 것을 기념하게 위해서였다. 바로 '팔레르모 해전 승리'다. 그래서 피사 대성당 내부에는 시칠리아섬에서 가져온 모스크 기둥들이 세워져 있다. 중세 피사인들은 샤르데냐섬에서 이슬람을 몰아내는 데 큰 공을 세웠고 십자군 원정 참여로 인해 한몫 챙기기도 했다. 그 흔적이 대성당 곳곳에 남겨져 있다. 이슬람 세력과의 힘겨루기에서 이겨낸 것을 자랑하는 듯하다. 비잔틴 영향을 받은 건축 양식이 눈에 띄며 로마네스크에서 고딕으로 바뀌는 양식을 담아낸 세례당은 이탈리아에서 가장 큰 세례당으로 기록돼 있다. 글을 모르는 자들을 위한 성서 지금과는 달리 고대.중세 시대에는 글을 모르는 '문맹'들이 많았다. 이들을 위해 '눈으로 보이는 성서'를 조각하고 그린 것들이 피사 대성당에서 유난히 눈에 띈다. 직접 성경을 읽을 수 없었기에 성서의 교리 등을 시각화한 것이다. 성당 본당으로 들어가면 정면에 크게 보이는 예수 모자이크화가 한눈에 들어온다. 이 밖에도 성당 곳곳을 수놓은 예수 탄생과 관련된 조각 작품 성모 마리아 조각상 세례 요한 조각상 믿음.소망.사랑을 나타낸 여신상 등이 사람들의 눈을 깨우는 도구였다면 주교가 전하는 말씀은 그들의 귀를 일깨우는 것이었다. 기울 듯 기울지 않는 사탑 아마 사람들이 피사 대성당을 찾는 이유는 단 하나라고 해도 무방할 듯하다. 바로 '피사의 사탑'이다. 직접 가 보기 전에는 피사의 사탑만 덩그러니 있을 줄 알았다고도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사탑을 손으로 밀고 발로 받치는 등의 포즈를 담은 사진을 위해 이탈리아 전국과 세계 각지에서 사람들이 모여든다. 둥근 대리석 아치(arch)가 탑 전체를 장식하고 있어 우아한 모습에 큰 인기다. 기자가 이곳을 찾아갔을 때는 아직 오전 햇빛의 방향에 따라 둥근 아치가 형성한 그림자가 마치 머리에 면사포를 쓰고 두 손 모아 기도하는 여인 같았다. 기울 듯 기울지 않는 이 사탑이 쇠할 듯 쇠하지 않는 피사라는 도시와 너무나도 닮았다. 아마도 이렇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기도로 붙들고 있기 때문 아닐까. 피사=이주사랑 기자 lee.jussarang@koreadaily.com

2015-03-30

이탈리아 대성당을 돌다 <상>밀라노 대성당…세속의 권력이 쌓았으되 생명의 말씀으로 우뚝 서다

성서 이야기 새긴 스테인드글래스가 실내 비춰 순교자 성 바돌로매 조각상 앞에선 경건한 마음 유럽을 여행하면서 '대성당'을 빼놓는다면 뭐가 남을까. 중세 중기부터 유럽 곳곳에서 본격적으로 축조되기 시작한 대성당과 그 앞 광장은 당시 사람들에겐 '삶'이 이뤄지는 곳이었다. 종교가 곧 삶을 지배하는 시기였다. 유럽 곳곳에서 성당이 하늘을 향해 솟아오를 때 종교 부패 또한 함께 자라나긴 했다지만 성당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경건함은 세월이 흐를수록 더욱 짙어진다. 이탈리아에서는 성당을 '두오모'라고 부른다. 최근 방문한 이탈리아에서는 두오모를 제외하곤 도무지 여행이 이뤄지질 않았다. 도시의 중심에 묵직하게 자리잡은 대성당은 지금까지도 사람들을 빨아들이고 있었다. 과거에는 인근 주민들을 끌어모으는 역할을 감당했다면 이제는 세계의 관광객들을 매혹시키는 관광 중심지 역할까지 도맡아 하고 있었다. 여러 두오모 중에서도 이탈리아에서 가장 크다는 밀라노 두오모로 발길을 옮겼다. (성베드로대성당은 바티칸에 있으므로 이탈리아에 포함되지 않는다.)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큰 성당이라 한다. 밀라노 두오모의 경우 600년 가까이 달하는 세월 동안 차곡차곡 지어진 성당이다. 1386년 시작해 1965년 완공했으니 여러 세대에 걸쳐 이탈리아인들과 함께 서서히 완성되며 함께 호흡해 온 셈이다. 시대를 아우르는 인간의 끈기를 이만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건축물이 또 있을까. 사실 밀라노 두오모의 시작은 신앙적인 면보다는 세속적인 면이 더 강했다는 게 역사적 비밀이다. 14세기 밀라노 공작이었던 비스콘티의 주도로 공사가 시작됐으며 나폴레옹이 이 성당에서 대관식을 치르기도 했다. 수백 년 건축 역사의 상당 부분은 담당자와 주교가 바뀌면서 건축 양식이 변경되고 만든 것을 뒤엎었다가 이리저리 옮겼다가 하는 복잡한 과정이다. 그럼 지금 이곳은 세속과 신앙 사이에서 어느 편에 치우쳐 있는 장소인지 궁금해졌다. 하늘을 향한 인간의 소망 밀라노 두오모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바로 '지붕 출입'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지난 2009년까지는 외관 공사로 인해 건물 구경 자체가 어려웠던 반면 지금은 지붕으로 올라가 대리석상을 가까이서 관찰하며 밀라노 시가지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성당 전체와 지붕을 장식하는 요소 중 아마 가장 눈여겨볼 만한 것은 바로 기괴스러울 정도로 빽빽히 솟아오른 첨탑들과 2245개에 이르는 대리석상이다. 첨탑 하나하나의 꼭대기에는 조각상이 서서 하늘과 땅을 바라보고 있으며 건물 벽과 기둥 중간중간에도 석상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같은 모양의 석상은 단 한개도 없다. 계단을 따라 대성당 지붕으로 올라가봤다. 밀라노 두오모의 특징은 지붕 옆을 따라 형성된 발코니를 걸으며 석상을 가까이서 구경할 수 있다는 것. 그렇게 한참을 걷다가 '진짜' 지붕에 다다르면 높이 솟은 첨탑 꼭대기로 금빛 마돈니나(Madonnina)상이 제일 먼저 보인다. 하늘을 향한 중세 사람들의 반짝이는 열망을 그대로 대변하는 듯하다. 그 아래 각 첨탑을 장식하는 조각상은 일제히 성당에서 바깥 방향으로 몸을 돌린 자세였다. 교회 내부를 향한 시선이 아니라 세상을 향해 돌려져 있었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밀라노 시내를 내려다보며 이들은 무슨 생각에 잠긴 것일까. 성당이 지어진 600년을 넘어 이제 앞으로 펼쳐질 밀라노의 600년을 두고 조용히 기도하고 있는 것일까. 세속이 생명으로… 내부로 들어가면 줄지어 서 있는 두꺼운 기둥과 높은 천장에 압도당한다. 600년 동안 켜켜이 쌓인 때가 기둥 하나하나에 묻어 있다. "내가 정한 기약이 이르면 내가 바르게 심판하리니 땅의 기둥은 내가 세웠거니와 땅과 그 모든 주민이 소멸되리라"는 말씀을 눈으로 보여주듯 바닥과 지붕을 떠받는 두꺼운 기둥들이 위엄있게 일렬로 서 있다. 회색빛 내부에 빛을 공급하는 원천은 높게 뚫린 스테인드글라스. 성서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아로새긴 이 장식물에서부터 빛이 들어온다는 사실은 마치 성경 말씀에 빛이 있고 생명이 있음을 시각화하는 것인 듯. 내부 한 편에는 밀라노 두오모에서 가장 유명한 조각상이 하나 있다. 바로 성 바돌로매(St. Bartholomew)의 조각상. 마르코 다그라테가 조각한 이 조각상은 근육이 유난히 도드라져 보인다. 아르메니아 선교 중 산 채로 피부가 벗겨지는 형벌을 당한 성 바돌로매를 조각했다. 예수의 열두 제자 중 한 명인 바돌로매(나다나엘)다. 자신의 피부 가죽을 망토처럼 두른 이 조각상 앞에서 인간은 다시 한번 한없이 작아진다. 당대 사람들은 이 성당을 세속적인 목적으로 지었다고 해도 수백 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 장소는 경건함을 잃지 않았다. 창세기에서 요셉이 자신을 애굽에 팔아넘긴 형들에게 "근심하지 마소서 한탄하지 마소서 하나님이 생명을 구원하시려고 나를 당신들 앞서 보내셨나이다"라고 말했듯이 세속적인 목적 또한 성스러운 생명으로 바뀌어지는 역사가 일어난 것이다. 밀라노=이주사랑 기자 lee.jussarang@koreadaily.com

2015-03-26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